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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시사/교양 동네 한 바퀴 274회 다시보기 240518 2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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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E1274.24051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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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시대에 잃어버리고 살았던 동네의 아름다움, 오아시스 같은 사람들을 보물찾기하듯 동네의 숨은 매력을 재발견하며 팍팍한 삶에따뜻한 위안을 전하는 도시 기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북으로는 경기도, 동으로는 충주, 
남으로는 괴산과 증평, 서로는 진천과 접하며
넓은 성, 늘어진 형상의 성이라는 단어 ‘잉홀’에서 비롯된 충북 음성군은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의 중간지대’다.
1960년대에는 전국 금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금광의 터로,
한때는 고추와 수박을 필두로 한 농업생산지였던 곳은
이제 수도권과 접해 큰 공업단지를 이룬 
중부내륙 산업도시로 각광받으며 
더 많은 이들의 삶과 문화를 엮어나가고 있다.

애쓰지 않아도 돌고 돌아 만나는 인연의 순리처럼
우연히, 혹은 뜻이 닿아 뿌리를 내리고
뚜렷한 제 색을 고집하기보다 
부드럽게, 또 유연하게 지역에 녹아들어
또 하나의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동네,
5월의 장미 넝쿨을 닮은 충청북도 음성군을 돌아본다.

▶ 나눔의 정신을 흥으로, 감곡면 품바 팀 
과거 음성군은 금광의 도시였다. 특히 음성 금왕읍에서는 땅속에 금속이 많아 나침반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는데. 자연히 금맥을 따라온 이들이 전국에서 마을로 모였고 동전의 양면처럼 번뜩이는 대박을 발견한 이들 뒤엔 갱내에서의 고된 노동으로 고통받는 현실이 숨겨져 있었다.
목숨을 걸고 가야 했던 금광 길, 그 신작로엔 유독 술집이 즐비했단다. 두려움을 잊기 위해 마시는 술, 이중 도피하고 싶은 현실을 택한 이들은 행려병자가 되어 무극다리 밑 움막으로 갔다. 그렇게 가족과 고향을 떠나 끝내 걸인의 삶을 택한 이들. 그들을 위해 장애를 가진 몸으로 무극리 일대 동네를 돌며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故최귀동 씨는 사회복지시설 꽃동네 설립의 모태이자 음성의 상징이 되었다. 그 정신을 기리고자 음성군은 올해로 25년째 ‘음성품바축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음성읍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설성공원, 5월 축제를 앞두고 여섯 명의 감곡면 주부들이 축제 연습에 한창이다. 각 읍, 면을 대표해 품바 팀이 있다는 음성에서도 10년째 순위권을 다툰다는 이 팀의 이름은 ‘감곡셀럽품바’. 복숭아 농사, 부동산, 공무 활동 등 바쁜 일상을 제치고 모이는 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데. 동네지기 이만기도 온 김에 임시 합류? 동네의 얼굴이 되어 음성 품바를 알리고 싶다는 감곡면 아줌마들의 열정에 동네 한 바퀴, 오늘도 힘을 얻어 본다. 

▶ 부모님의 인삼에 ‘젊은 단맛’을 더한 딸 셋 부부의 홍삼 타르트
음성의 3대 농산물로 손꼽히는 고추, 인삼, 화훼. 면의 이름을 붙인 맹동 수박, 감곡 복숭아, 갑산 체리 등 지금의 공업단지가 되기 전 중부권 농산물 산지였던 음성엔 대표 작물이 많지만 오가는 마을마다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음성 인삼은 오랜 세월 명맥을 유지하는, 뿌리 깊은 특산물이다. 
6년근 기준 땅심과 인내로 자라는 인삼은 보통 수년을 바라보고 짓는 농사. 음성이 고추 반 인삼 반이던 30년 전부터 인삼 농사를 짓던 정인삼 부부는 2020년 인삼값 폭락으로 큰 마음고생을 겪었다. 그때 군 생활 중 부모님의 인삼 농사에 뛰어든 아들, 흔히 ‘농사 똥손’이라던가. 하는 것마다 망하고 또 망하니 도움은커녕 짐만 되더란다. 그래서 고민 끝에 벌인 것이 바로 인삼 디저트 만들기! 전통과 노하우가 중요한 농사에는 도전 정신이 영 안 먹히더니 인삼 새 메뉴 개발엔 얼마나 큰 도움이 되던지 순식간에 인삼 한 뿌리 통으로 넣는 인삼 셰이크부터 귀한 인삼 아낌없이 썰어 올린 홍삼 타르트까지 그럴듯한 메뉴들을 뚝딱뚝딱 내놓게 되었다. 이에 또 날개를 달아 숨은 공로자가 되어준 건 며느리. 시부모님의 인삼으로 2년 터울 딸 셋을 건강히 낳아주고 요즘 세대 취향에 딱 맞는 인삼 디저트를 밤낮으로 개발하니 이런 복덩이가 또 있을까. 인삼으로 똘똘 뭉친 정인삼 씨 가족, 이들의 홍삼 타르트는 건강에 행복을 더해 더 달콤하다.

▶ 은퇴 후 인생 2막, 동네 막냇동생이 된 시니어 점검원들
음성군에 위치한 경로당은 430여 개. 그곳을 약 6개월마다 방문, 시설 안전을 점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스마트 시설안전관리 매니저’라 불리는 시니어 점검원.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이 활동은 같은 음성군에 사는 60세 이상의 주민이 국토안전관리원에서 교육을 받고 주중 하루 3시간씩 지역 전체의 소규모 취약시설을 점검하는 일이다. 실제로 25개의 점검항목을 토대로 문제가 생길 경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기관에 보고하면 군, 시청에서 빠르게 수리‧보수를 하게 된다. 
‘시니어 점검원’이라는 명칭답게 경로당을 방문하는 이들은 보통 은퇴자들. 60세부터 7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10명의 음성군 점검원들은 2인 1조로 구성, 5개의 팀이 각 읍, 면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재밌는 건 이들의 조합이 남다르다는 건데 수십 년 집에서 얼굴 맞대고 살던 부부 사이, 용돈벌이 겸 데이트(?) 겸 나와 일하면 또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고? 특히 언젠가는 이용할 수 있는 지역 경로당을 관리하는 것이다 보니 보람도 남다르단다. 매일 어딘가로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건강한 몸과 녹슬지 않는 능력으로 사회에 작은 이바지를 할 수 있다는 것. 안전모에 조끼를 입고 평일 아침 10시, 집 밖을 나서는 시니어 점검원들의 하루는 덕분에 매일이 청춘이다.

▶ 충청도 선비, 100년 양조장에서 ‘세상 느린 막걸리’를 빚다
한때 보천장이 섰다는 원남면 보내장터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양조장을 발견할 수 있다. 약 100년이 넘었다는 양조장을 지키는 이는 40대 초반의 남성과 어머니. 그런데 술을 빚는다는 사람이 주량은 맥주 한 잔, 말씨며 분위기가 전형적인 충청도 선비다. 어쩌다가 팔자에도 없을 것 같은 옛 양조장 주인이 되었을까. 
어릴 적 그는 양조장 앞에 살던 동네 꼬마였다. 그의 아버지는 오래전 한때 집안 어른이 운영했던 양조장에 대한 애정이 커 문턱이 닳도록 그곳을 드나들었다는데 결국 돌아가시기 3년 전 집안의 양조장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미 몸이 편찮으셔서 아버지는 양조장을 이어가겠다는 꿈을 끝내 다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1남 3녀 외동아들은 다니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 아버지의 곧은 바람 때문이었다. 
꿈과 현실은 달라 그는 5년을 고전했다. 그동안 2억 원가량의 술을 버렸다니 포기할 법도 하건만 그래도 그는 10년째 막걸리를 만들며 자신만의 주조법도 만들어 냈다. 특히 이 집 막걸리의 특징은 최소 한 달가량을 숙성한다는 것. 오래도록 발효시켜 숙취를 없애고 맛을 더했다는 그의 막걸리는 가만히 보니 어쩜 느긋하고 차분한 주인장의 맘씨를 닮은 듯하다.

▶ 음성군을 한눈에! 해발 600m 천년 고찰, 가섭사 
오랫동안 음성군을 지켜온 주산인 가섭산(해발 710m) 9부 능선에 오르면 기암절벽을 등진 가섭사가 있다. 고려 시대 때 나옹 승려가 창건한 후 약 600년 동안 이어져 온 사찰이다. 외로이 오랜 역사를 견뎌온 절에서는 사람이 아닌 500년 된 보호수가 오가는 객들을 맞이해준다. 보호수 아래 약수로 마른 목을 축이고 해발 600m에서 보는 음성군 전경엔 고요한 평화가 머물러 있다.

▶ 인생도, 밥상도 제철! 시골 농부의 자연 밥상
수리산 밑 조용한 시골길에는 두릅, 오가피, 머위, 표고버섯 등 제철 나물들의 군락지가 있다. 귀농 10년 차 송철의, 김정희 부부가 일군 밭이다. 이 부부는 직접 키운 제철 재료로 십전대보 오리백숙을 만들고 반찬까지 내놓는다는데 도시에서의 화려한 나날을 뒤로 하고 이 산자락으로 내려온 덴 다 이유가 있단다.
40년 전 중매로 딱 2번 보고 결혼한 정희 씨는 사실 남편의 멀끔한 외관과 유명 중공업이라는 탄탄한 직장을 보고 결혼했다. 그러나 6개월 뒤 사표를 내고 숱한 사업을 벌이는 남편 철의 씨 때문에 집도, 절도 없이 전국을 돌아다녔다. 방황의 이유는 다름 아닌 남편의 ‘대박 기원’ 때문이었다. 백날 도토리 열 바퀴 굴려 가며 사느니 호박 한 바퀴 크게 굴려 어려웠던 칠 남매 형제들도 먹여 살리고 가족도 부양하겠다는 것. 그 욕심이 가족을 멀어지게 했고 끝내 남은 건 빚과 좌절감뿐이었다.
그 후 모든 사업을 접고 부부는 결국 친정이 있는 음성으로 내려와 한적한 곳에 식당을 차렸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별거 없다. 그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주는 대로 받고 만족하는 것.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오십이 넘어 산으로 오니 이제야 인생을 좀 알게 됐다. 큰 걸 바라기보단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고마워하자. 그렇게 부부는 인생의 제철을 맞이하며 서서히 소박한 행복을 일궈나가는 중이다.

▶ 국내 유일 전통 송연먹을 만드는 먹 장인
예로부터 먹은 ‘서가의 으뜸’이라고 할 정도로 선비들에게 귀중했던 보물이다. 그중에서 30년 된 소나무를 가지부터 뿌리까지 태워야 한 개를 만들 수 있던 송연먹은 보물 중의 보물. 삼국시대부터 생산되어 외국 사신들의 선물로 이용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먹이었으나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그 명맥이 끊겼었다. 하지만 그 명맥을 복원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국내 유일의 전통 먹 장인 한상묵 씨다. 본래 이모부에게서 카본을 사용하는 현대 먹을 배웠던 상묵 씨. 먹 공장 운영 중 계약서를 잘못 쓰는 바람에 인생의 고비를 맞았지만, 그때 인연이 닿은 송연먹 덕에 재기할 수 있었단다. 필기도구가 대체된 요즘, 송연먹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상묵 씨는 여전히 전통 먹을 이어가고 있다. 제자도 없이 외로운 길을 걸으면서도 그가 꿋꿋이 전통 먹을 지켜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유일, 전통 송연먹을 만드는 장인을 만나본다.

▶ 수집가 남편을 살린 다육이 아내의 충청도 올갱이탕 
질긴 인연이라 모질게 내치지 못해 보듬고 사는 사이, 그래서 부부의 연은 살면 살수록 사랑보다 의리요 책임감이라고들 한다. 어쩌면 생극면에서 23년째 올갱이탕을 파는 이복자 부부의 삶이 꼭 그러할지도 모른다. 
나지막한 단층 가게 옆 다육이가 가득한 정원. 그 정원을 지나 가게로 들어서니 희귀하고도 오래된 골동품들이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두 41년 간 남편 원주영 씨가 모은 물건이라는데 보는 사람이야 추억 회상에 즐겁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처치 곤란 물건이 아내로선 반갑지 않을 터. 허나 아내에겐 가게를 돕는 일이라곤 물수건을 접고 카운터에 앉아있는 남편일지라도 그저 살아줘서 고마울 뿐이란다. 남편이 23년 전 폐암에 걸려 한쪽 폐를 절제한 후 얻은 깨달음이다. 
젊어서부터 호인이던 남편은 자기 좋아하는 일엔 열성이어도 생전 월급봉투 한번 들고 오는 일 없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가정을 꾸리는 일은 아내 몫, 가장의 무게가 고되 ‘저거 늙어서 한번 두고 보자’ 이를 갈기도 했었단다. 그런데 막상 한창일 나이 오십에 찾아온 암으로 생과 사를 오가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모든 걸 잃어도 좋으니 오직 남편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미워도, 고생시켜도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더란다. 그 간절한 바람으로 남편은 20년 넘게 아내의 소원을 이뤄내 주고 있다.
고생이 사람을 철들게 하지만 투병 후 팔 한번 제대로 올릴 수 없는 남편은 무릎이며 손가락이 성치 않은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더 깊어진 마음으로 아내를 바라보게 됐다. 물론 표현은 서툴지만 진심은 반드시 전해지는 법. 투박하지만 진실된 노부부의 대화에선 말로 다 못할 사랑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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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시대에 잃어버리고 살았던 동네의 아름다움, 오아시스 같은 사람들을 보물찾기하듯 동네의 숨은 매력을 재발견하며 팍팍한 삶에따뜻한 위안을 전하는 도시 기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북으로는 경기도, 동으로는 충주, 
남으로는 괴산과 증평, 서로는 진천과 접하며
넓은 성, 늘어진 형상의 성이라는 단어 ‘잉홀’에서 비롯된 충북 음성군은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의 중간지대’다.
1960년대에는 전국 금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금광의 터로,
한때는 고추와 수박을 필두로 한 농업생산지였던 곳은
이제 수도권과 접해 큰 공업단지를 이룬 
중부내륙 산업도시로 각광받으며 
더 많은 이들의 삶과 문화를 엮어나가고 있다.

애쓰지 않아도 돌고 돌아 만나는 인연의 순리처럼
우연히, 혹은 뜻이 닿아 뿌리를 내리고
뚜렷한 제 색을 고집하기보다 
부드럽게, 또 유연하게 지역에 녹아들어
또 하나의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동네,
5월의 장미 넝쿨을 닮은 충청북도 음성군을 돌아본다.

▶ 나눔의 정신을 흥으로, 감곡면 품바 팀 
과거 음성군은 금광의 도시였다. 특히 음성 금왕읍에서는 땅속에 금속이 많아 나침반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는데. 자연히 금맥을 따라온 이들이 전국에서 마을로 모였고 동전의 양면처럼 번뜩이는 대박을 발견한 이들 뒤엔 갱내에서의 고된 노동으로 고통받는 현실이 숨겨져 있었다.
목숨을 걸고 가야 했던 금광 길, 그 신작로엔 유독 술집이 즐비했단다. 두려움을 잊기 위해 마시는 술, 이중 도피하고 싶은 현실을 택한 이들은 행려병자가 되어 무극다리 밑 움막으로 갔다. 그렇게 가족과 고향을 떠나 끝내 걸인의 삶을 택한 이들. 그들을 위해 장애를 가진 몸으로 무극리 일대 동네를 돌며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故최귀동 씨는 사회복지시설 꽃동네 설립의 모태이자 음성의 상징이 되었다. 그 정신을 기리고자 음성군은 올해로 25년째 ‘음성품바축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음성읍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설성공원, 5월 축제를 앞두고 여섯 명의 감곡면 주부들이 축제 연습에 한창이다. 각 읍, 면을 대표해 품바 팀이 있다는 음성에서도 10년째 순위권을 다툰다는 이 팀의 이름은 ‘감곡셀럽품바’. 복숭아 농사, 부동산, 공무 활동 등 바쁜 일상을 제치고 모이는 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데. 동네지기 이만기도 온 김에 임시 합류? 동네의 얼굴이 되어 음성 품바를 알리고 싶다는 감곡면 아줌마들의 열정에 동네 한 바퀴, 오늘도 힘을 얻어 본다. 

▶ 부모님의 인삼에 ‘젊은 단맛’을 더한 딸 셋 부부의 홍삼 타르트
음성의 3대 농산물로 손꼽히는 고추, 인삼, 화훼. 면의 이름을 붙인 맹동 수박, 감곡 복숭아, 갑산 체리 등 지금의 공업단지가 되기 전 중부권 농산물 산지였던 음성엔 대표 작물이 많지만 오가는 마을마다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음성 인삼은 오랜 세월 명맥을 유지하는, 뿌리 깊은 특산물이다. 
6년근 기준 땅심과 인내로 자라는 인삼은 보통 수년을 바라보고 짓는 농사. 음성이 고추 반 인삼 반이던 30년 전부터 인삼 농사를 짓던 정인삼 부부는 2020년 인삼값 폭락으로 큰 마음고생을 겪었다. 그때 군 생활 중 부모님의 인삼 농사에 뛰어든 아들, 흔히 ‘농사 똥손’이라던가. 하는 것마다 망하고 또 망하니 도움은커녕 짐만 되더란다. 그래서 고민 끝에 벌인 것이 바로 인삼 디저트 만들기! 전통과 노하우가 중요한 농사에는 도전 정신이 영 안 먹히더니 인삼 새 메뉴 개발엔 얼마나 큰 도움이 되던지 순식간에 인삼 한 뿌리 통으로 넣는 인삼 셰이크부터 귀한 인삼 아낌없이 썰어 올린 홍삼 타르트까지 그럴듯한 메뉴들을 뚝딱뚝딱 내놓게 되었다. 이에 또 날개를 달아 숨은 공로자가 되어준 건 며느리. 시부모님의 인삼으로 2년 터울 딸 셋을 건강히 낳아주고 요즘 세대 취향에 딱 맞는 인삼 디저트를 밤낮으로 개발하니 이런 복덩이가 또 있을까. 인삼으로 똘똘 뭉친 정인삼 씨 가족, 이들의 홍삼 타르트는 건강에 행복을 더해 더 달콤하다.

▶ 은퇴 후 인생 2막, 동네 막냇동생이 된 시니어 점검원들
음성군에 위치한 경로당은 430여 개. 그곳을 약 6개월마다 방문, 시설 안전을 점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스마트 시설안전관리 매니저’라 불리는 시니어 점검원.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이 활동은 같은 음성군에 사는 60세 이상의 주민이 국토안전관리원에서 교육을 받고 주중 하루 3시간씩 지역 전체의 소규모 취약시설을 점검하는 일이다. 실제로 25개의 점검항목을 토대로 문제가 생길 경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기관에 보고하면 군, 시청에서 빠르게 수리‧보수를 하게 된다. 
‘시니어 점검원’이라는 명칭답게 경로당을 방문하는 이들은 보통 은퇴자들. 60세부터 7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10명의 음성군 점검원들은 2인 1조로 구성, 5개의 팀이 각 읍, 면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재밌는 건 이들의 조합이 남다르다는 건데 수십 년 집에서 얼굴 맞대고 살던 부부 사이, 용돈벌이 겸 데이트(?) 겸 나와 일하면 또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고? 특히 언젠가는 이용할 수 있는 지역 경로당을 관리하는 것이다 보니 보람도 남다르단다. 매일 어딘가로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건강한 몸과 녹슬지 않는 능력으로 사회에 작은 이바지를 할 수 있다는 것. 안전모에 조끼를 입고 평일 아침 10시, 집 밖을 나서는 시니어 점검원들의 하루는 덕분에 매일이 청춘이다.

▶ 충청도 선비, 100년 양조장에서 ‘세상 느린 막걸리’를 빚다
한때 보천장이 섰다는 원남면 보내장터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양조장을 발견할 수 있다. 약 100년이 넘었다는 양조장을 지키는 이는 40대 초반의 남성과 어머니. 그런데 술을 빚는다는 사람이 주량은 맥주 한 잔, 말씨며 분위기가 전형적인 충청도 선비다. 어쩌다가 팔자에도 없을 것 같은 옛 양조장 주인이 되었을까. 
어릴 적 그는 양조장 앞에 살던 동네 꼬마였다. 그의 아버지는 오래전 한때 집안 어른이 운영했던 양조장에 대한 애정이 커 문턱이 닳도록 그곳을 드나들었다는데 결국 돌아가시기 3년 전 집안의 양조장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미 몸이 편찮으셔서 아버지는 양조장을 이어가겠다는 꿈을 끝내 다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1남 3녀 외동아들은 다니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 아버지의 곧은 바람 때문이었다. 
꿈과 현실은 달라 그는 5년을 고전했다. 그동안 2억 원가량의 술을 버렸다니 포기할 법도 하건만 그래도 그는 10년째 막걸리를 만들며 자신만의 주조법도 만들어 냈다. 특히 이 집 막걸리의 특징은 최소 한 달가량을 숙성한다는 것. 오래도록 발효시켜 숙취를 없애고 맛을 더했다는 그의 막걸리는 가만히 보니 어쩜 느긋하고 차분한 주인장의 맘씨를 닮은 듯하다.

▶ 음성군을 한눈에! 해발 600m 천년 고찰, 가섭사 
오랫동안 음성군을 지켜온 주산인 가섭산(해발 710m) 9부 능선에 오르면 기암절벽을 등진 가섭사가 있다. 고려 시대 때 나옹 승려가 창건한 후 약 600년 동안 이어져 온 사찰이다. 외로이 오랜 역사를 견뎌온 절에서는 사람이 아닌 500년 된 보호수가 오가는 객들을 맞이해준다. 보호수 아래 약수로 마른 목을 축이고 해발 600m에서 보는 음성군 전경엔 고요한 평화가 머물러 있다.

▶ 인생도, 밥상도 제철! 시골 농부의 자연 밥상
수리산 밑 조용한 시골길에는 두릅, 오가피, 머위, 표고버섯 등 제철 나물들의 군락지가 있다. 귀농 10년 차 송철의, 김정희 부부가 일군 밭이다. 이 부부는 직접 키운 제철 재료로 십전대보 오리백숙을 만들고 반찬까지 내놓는다는데 도시에서의 화려한 나날을 뒤로 하고 이 산자락으로 내려온 덴 다 이유가 있단다.
40년 전 중매로 딱 2번 보고 결혼한 정희 씨는 사실 남편의 멀끔한 외관과 유명 중공업이라는 탄탄한 직장을 보고 결혼했다. 그러나 6개월 뒤 사표를 내고 숱한 사업을 벌이는 남편 철의 씨 때문에 집도, 절도 없이 전국을 돌아다녔다. 방황의 이유는 다름 아닌 남편의 ‘대박 기원’ 때문이었다. 백날 도토리 열 바퀴 굴려 가며 사느니 호박 한 바퀴 크게 굴려 어려웠던 칠 남매 형제들도 먹여 살리고 가족도 부양하겠다는 것. 그 욕심이 가족을 멀어지게 했고 끝내 남은 건 빚과 좌절감뿐이었다.
그 후 모든 사업을 접고 부부는 결국 친정이 있는 음성으로 내려와 한적한 곳에 식당을 차렸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별거 없다. 그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주는 대로 받고 만족하는 것.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오십이 넘어 산으로 오니 이제야 인생을 좀 알게 됐다. 큰 걸 바라기보단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고마워하자. 그렇게 부부는 인생의 제철을 맞이하며 서서히 소박한 행복을 일궈나가는 중이다.

▶ 국내 유일 전통 송연먹을 만드는 먹 장인
예로부터 먹은 ‘서가의 으뜸’이라고 할 정도로 선비들에게 귀중했던 보물이다. 그중에서 30년 된 소나무를 가지부터 뿌리까지 태워야 한 개를 만들 수 있던 송연먹은 보물 중의 보물. 삼국시대부터 생산되어 외국 사신들의 선물로 이용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먹이었으나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그 명맥이 끊겼었다. 하지만 그 명맥을 복원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국내 유일의 전통 먹 장인 한상묵 씨다. 본래 이모부에게서 카본을 사용하는 현대 먹을 배웠던 상묵 씨. 먹 공장 운영 중 계약서를 잘못 쓰는 바람에 인생의 고비를 맞았지만, 그때 인연이 닿은 송연먹 덕에 재기할 수 있었단다. 필기도구가 대체된 요즘, 송연먹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상묵 씨는 여전히 전통 먹을 이어가고 있다. 제자도 없이 외로운 길을 걸으면서도 그가 꿋꿋이 전통 먹을 지켜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유일, 전통 송연먹을 만드는 장인을 만나본다.

▶ 수집가 남편을 살린 다육이 아내의 충청도 올갱이탕 
질긴 인연이라 모질게 내치지 못해 보듬고 사는 사이, 그래서 부부의 연은 살면 살수록 사랑보다 의리요 책임감이라고들 한다. 어쩌면 생극면에서 23년째 올갱이탕을 파는 이복자 부부의 삶이 꼭 그러할지도 모른다. 
나지막한 단층 가게 옆 다육이가 가득한 정원. 그 정원을 지나 가게로 들어서니 희귀하고도 오래된 골동품들이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두 41년 간 남편 원주영 씨가 모은 물건이라는데 보는 사람이야 추억 회상에 즐겁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처치 곤란 물건이 아내로선 반갑지 않을 터. 허나 아내에겐 가게를 돕는 일이라곤 물수건을 접고 카운터에 앉아있는 남편일지라도 그저 살아줘서 고마울 뿐이란다. 남편이 23년 전 폐암에 걸려 한쪽 폐를 절제한 후 얻은 깨달음이다. 
젊어서부터 호인이던 남편은 자기 좋아하는 일엔 열성이어도 생전 월급봉투 한번 들고 오는 일 없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가정을 꾸리는 일은 아내 몫, 가장의 무게가 고되 ‘저거 늙어서 한번 두고 보자’ 이를 갈기도 했었단다. 그런데 막상 한창일 나이 오십에 찾아온 암으로 생과 사를 오가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모든 걸 잃어도 좋으니 오직 남편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미워도, 고생시켜도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더란다. 그 간절한 바람으로 남편은 20년 넘게 아내의 소원을 이뤄내 주고 있다.
고생이 사람을 철들게 하지만 투병 후 팔 한번 제대로 올릴 수 없는 남편은 무릎이며 손가락이 성치 않은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더 깊어진 마음으로 아내를 바라보게 됐다. 물론 표현은 서툴지만 진심은 반드시 전해지는 법. 투박하지만 진실된 노부부의 대화에선 말로 다 못할 사랑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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